당신에게 배드민턴 국가대표란? [2019 국가대표 선발전 취재 후기 - 1]
2018.12.23 박성진 조회 268

 당신에게 배드민턴 국가대표란? [2019 국가대표 선발전 취재 후기 - 1]


 
<2019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경북 청송군. 작은 마을이었던만큼 선발전에 대한 집중도는 높았다>


[랠리25 칼럼] 2019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녀왔다. 장소는 경상북도 청송군. 배드민턴 대회들은 외곽 지방에서 주로 열리는데,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신규 고속도로가 개통해 오가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단축됐다고 한다.

 

 

청송 IC를 빠져 나갈 때부터 2019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체육관 가는 길 곳곳에 국가대표 선발전 이정표도 눈에 띤다. 

 

사실 이곳, 청송은 배드민턴에서 유명하다. 청송여자고등학교는 최근 몇년간 꾸준히 여자 고등부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학교다. 그 중, 이세연(KGC인삼공사)은 청송 출신 선수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있는 선수다.

 

"국가대표 선발전 같은 큰 대회를 유치하니 군수님이 엄청 좋아하십니다. 군의 지원도 많습니다. 체육관도 최신 건물이고, 무엇보다도 체육관 내부는 하나도 안 춥지 않습니까? 날씨가 추워서 걱정했었는데,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청송 배드민턴의 대부, 임태천 청송여자고등학교 감독의 말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청송국민체육센터는 2016년에 완공된 최신 체육관이다. 배드민턴 코트는 12면이며, 무엇보다도 냉난방기의 바람이 코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관중석도 2층까지 있어 체육관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쾌적한 대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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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국가대표는 40명으로 구성된다. 단식 선수 16명, 복식 선수 24명이다. 남녀단식 각 8명, 남녀복식 각 12명의 선수들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단다. 이 중, 손완호(남자단식, 인천국제공항), 성지현(여자단식, 인천국제공항), 이소희(여자복식, 인천국제공항), 신승찬(여자복식, 삼성전기)은 세계랭킹 상위 선수로 자동 선발이 확정됐다. 

 

남는 TO는 36자리. 이를 위해 90여명의 선수가 이 곳 청송에 모인 것이다. (종목별 세부 후기는 국가대표 선발전 종료 및 선수 선발 확정 후 리뷰할 예정이다.)

 

단식은 조별 풀리그 성적에 따라 순위가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순위에 따라 국가대표가 결정된다. A, B 두 조로 나뉘어 각각 조 3위 안에만 들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손완호와 성지현의 자동 선발로 인해 남은 나머지 1자리는 추천으로 선발된다.

 

복식은 복잡하다. 고정 파트너가 없다. 선수끼리 돌아가며 파트너를 구성하며 경기 내용 등을 바탕으로 평가 위원들이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종합 점수를 합산해 순위별로 복식 대표 선수가 선발된다. 어떤 선수가 누구와 함께, 몇 번 코트로 등장하는지는 선수들도 호명되기 전까지 모른다. 안내 방송이 시작되면 귀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다른 대회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우선 단체전이 아니다 보니 팀 단위의 긴장감이 전혀 없다. 선수들은 대부분 친한 편이기 때문에 대기 시간에도 서스럼없이 같이 준비한다. 

 

그렇지만 코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하다. 단식은 말할 것도 없다. 본인의 대회 성적에 따라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단체전 파이널 경기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복식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소속팀 파트너가 아닌 새로운 파트너와 경기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매우 밝다. 선수끼리 서로 웃으며 경기하고, 고참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의 긴장감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속은 모를 것이다. 평가 위원들이 코트 주변에서 그들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스트로크, 하나의 동작만으로도 평가 위원들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매 순간이 평가의 연속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코트 밖에서는 서로 웃으며 대기하고 있지만, 코트 내부에서는 비장한 긴장감이 도는 대회, 그 것이 바로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참고로 이번 대회 복식 평가 위원은 이득춘 전 국가대표팀 감독, 황혜영 성지여고 감독, 이석호, 김용현, 김상수, 이경원 코치가 맡았다. 안재창 신임 대표팀 감독도 수시로 복식 코트 주변에서 선수들을 체크했다.)

 

 

<평가 위원들은 한시도 코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김용현 코치(위), 이경원 코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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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은 2016년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자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것 또한 종목별 세부 리뷰에 포함하겠다. 여하튼, 그 큰 변화는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이다. 성적으로 말하는 스포츠에서 2018년 한국 배드민턴은 최근 몇년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 과정 및 국가대표팀 후원과 관련한 이런저런 잡음까지 쏟아져 나왔다. 배드민턴 대표팀의 현재는 어수선 그 자체다. 

 

하지만 이번 선발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그 어느때보다 비장했다. 여러 악조건이 겹치고 있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 국가대표 타이틀은 달면 좋은 것이 아니라, 달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국가대표가 되려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국가대표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당신에게 국가대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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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국가대표란? 

 

조건엽(남자단식, 한림대 4학년)"오랬동안 꿈꿔왔던 목표"라고 말했고, 목혜민(여자복식, KGC인삼공사)"멋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둘 모두 이번이 그들의 첫 선발전 출전이다.

 

고등학생 선수들은 조금 더 남달랐다. 육성찬(남자복식, 광명북고 3학년)"선발전 자체가 재미있다. 매번 파트너가 바뀌니 다음에 누구랑 할지 기대되고, 형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 국가대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되고 싶다"라는 답변을 냈다.

 

기동주(남자복식, 광명북고 2학년)"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선수가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 나도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뛰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할까. 동주 아버지, 기유서 씨의 말이다. "국가대표란 우리 아들의 최고의 염원 아닐까요? 국가를 위해 뛰는 거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주의 선발전 출전이 확정된 여름철대회 이후, 저희 집에서는 최고의 영광의 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행복합니다."

 

 



동주와 동주 아버지


국가대표 타이틀이 익숙한 고참 선수들 중은 오히려 더 비장했다. 인터뷰 경험이 어린 선수들에 비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에도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장예나정경은(이상 김천시청)은 올림픽 경험도 있는 국가대표 베테랑이다. 많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여자복식이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권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국제대회 출전이 꾸준했다면 세계랭킹 상위 선수로 분류돼 이번 선발전은 출전하지 않고 자동 국가대표가 됐을 것이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말 하지 않아도 안다. 그들의 목표는 2020올림픽이라는 것을 말이다.는 몰라도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에도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

 

남자복식 정의석(밀양시청)의 말은 인상 깊었다. "국가대표는 꿈이죠. 운동 선수라면 국가대표가 꿈 아닐까요?" 1989년생인 정의석은 2017년 한국 남자복식의 버팀목이었다. 그는 김덕영(MG새마을금고)와 함께 한국 남자복식을 지키고 있다. 동료 선수들은 국가대표 은퇴를 생각할 때, 정의석은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다고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이 더 안되는 것 같아요. 자기 관리를 충분히 잘 하고 마음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자기 본분에 맞게 하는 것. 그것이 운동 선수의 마음가짐 아닐까요?"

 

 

국가대표는 언제나 꿈이라는 정의석의 답변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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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에게 배드민턴 국가대표는 무엇이었을까? 선수들과 짧은 대화를 주고 받은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국가대표라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선수촌이 진천으로 이사한 후에는 "만나기 어려운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올해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격려와 위로 대신 비판을 먼저 가한적도 많다. 국가대표를 생각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듣고 나니 괜히 얼굴이 빨개진 것 같다.

 

이번 선발전 심판으로 참가 중인 김현엽 대한배드민턴협회 공인심판"현재는 상당히 무거운 짐을 지고 뛸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국가대표 선배인 임방언 KGC인삼공사 감독"국가대표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하잖아요. 본인의 역량과 함께 국가를 대표해 뛰는, 책임감이 더 커지는 자리가 국가대표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이득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번에 평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득춘 감독의 말은 더 인상 깊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얼굴이죠."

 

그렇다. 배드민턴 국가대표는 누군가의 꿈이고, 누군가의 목표다. 그리고 한국 배드민턴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다. 선수들은 개인 스스로의 자아 실현과 함께 태극기를 가슴 속에 안고 품어야 한다. 그만큼 어렵고 막중한 자리가 바로 국가대표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이번 선발전에 임했다. 단순하고도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당신에게 국가대표란?"이란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 하던 선수들이 왜 그랬는지를 이유를 알 것 같다.

 

국가대표 선배들이 말하는 국가대표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은 2019년 국가대표들을 더욱 압박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그 책임감을 짊어지기 위해 선발전에 나섰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이 더욱 비장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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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2019년에도 한국 배드민턴이 비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없다. 한국 선수들도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는 전세계 모든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도 공통 사항일 테니 말이다. 한국 선수들의 동기부여만 특히 더 살아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국가대표란?"

 

2019년 한국 배드민턴의 얼굴로 활약할 선수들에게 분명 힘들고 고달픈 때가 다가올 것이다. 그 때 한번쯤이라도 선수들은 이 질문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2019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그 절박하고 비장했던 마음가짐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나를 비롯한 배드민턴 팬들에게도 해당되기를 바래본다.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비장함과 부담감을 안고 있는 국가대표들이 부진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들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부담감과 사명감을 안고 있는 이들이다. 우리에게 국가대표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 것일까? 팬들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글 | 박성진(배드민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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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 2019-01-22
    잘봤습니다.